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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Yoll Lee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2024. 3. 6~3. 25)



▶전시 제목 :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

▶전시 기간 : 2024. 03. 6(수)- 03.25(월) 

▶전시 장소 : 남해유배문학관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읍 남해대로 2745

             T.055-860-8888

▶관람 시간 : 09시~ 18시(화요일 휴관)


▶작가노트


남해의 보호수와 노거수 앞에는 대나무들이 꽂혀 있었고 그 대나무에는 금줄이 쳐져 있었다. 인간이 나무에 의지하며 기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다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 다짐이 쌓여 신념이 되고 험한 자연과 더 험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용기가 되었으리라.


그 나무들 앞에서 촬영할 때를 기다리며 한순간 나는 나무가 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의 기원과 슬픔을 온전히 받아 안은 나무는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껍질 사이에 담고 있었다. 어떤 틈에서는 싹이 나기도 했고 어떤 틈은 갈라져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대로 몸통이 되었다. 염원을 이룬 사람이건 못 이룬 사람이건 모두 떠나버렸고, 또 다른 이들이 와서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들도 다시는 찾지 않았다.


남해에 와서 비로소 기억났다.36년 전 친구들과 남해에 왔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필름 통에 글을 쓴 종이를 넣어 ‘타임캡슐’을 만들었고 금산 중턱에 묻었다는 사실이.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심지어 묻은 곳의 지형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상주에 한 달을 거주하며 내 타임캡슐이 있을 금산을 매일 올려다보았고 그때마다 반문하였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이란 무엇이고 느끼지 못하는 시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촬영이 끝난 지금 모니터에 떠 있는 나무, 인간의 염원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를 본다. 나무가 인간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내 사진들이 내가 촬영한 나무들의 타임캡슐이 되길 바란다. 예전에 금산에 묻었던, 젊은 날의 그 기억은 끝내 찾지 않았다.


-이 열 ▶Artist Note

The bamboo trees with straw ropes tied around them were planted in front of the protected trees and aged giant trees at the Namhae. Although it seemed the humans were committing themselves to prayer and relying on the trees, they were making their own resolutions. Perhaps, the resolutions and their wishes have been accumulated and become the faith and courage to live in harmony with harsh nature and harsher people.


Waiting for the right time to shoot in front of those trees, I have become the tree for a moment. The trees that have fully embraced the wishes and sorrow of many people have stored all of their stories in its bark. It sprouted from a certain crevice and split into become a wound at one point but as time passed, it became the body. Whether those who achieved their wishes or not, all of they left and others came and talked a lot, but that was another story.

And they never looked back.


I remembered it only after coming to Namhae.

The fact that I came to Namhae with my friends 36 years ago. The fact that I made a ‘time capsule’ by putting paper with writing on it in a plastic film canister and buried it halfway up Mt. Geum.

I couldn't remember the contents, but I vividly recalled even the topography of the burial site. Living in Sangju for a month, I looked up at Mt. Geum every day where my time capsule would be, and I asked myself each time.

What was the memory I cannot recall and what was the time that I cannot feel?


Now that the shooting is over, I see a tree floating on the monitor, a tree that preserves human aspirations intact. Just as the trees did for the humans, I hope that one day my photos of my trees will become a time capsule.

In the end I didn't look for my memory of youth which I had buried in Mt. Geum.


-Yol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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