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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22년 5월 02일
In Interviews
숲을 찾은 사람들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진가 이흥렬 이흥렬 사진가의 작품 속 나무는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와 다르다. 굵직한 기둥과 작은 잔가지도 힘 있게 뻗어나간 데서 기상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캄캄한 밤을 배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여타의 사진 속 배경이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흥렬 사진가는 공기처럼 늘 곁에 존재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무를 사진에 담아낸다. ​ 10여 년 전 작업실이 양재천 근처였던 이흥렬 사진가는 어느 날 가로수마다 숫자가 적힌 빨간 리본이 붙은 것을 발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로를 넓히기 위해 일대의 나무550그루를 베어버릴 예정이라는 것. “공사 후 교통체증 완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가상 실험 결과를 보고는 나무를 지키기 위한 반대 운동을 시작했어요. 지역 주민과 뜻을 모았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나무를 지키게 됐습니다.” 이후 그동안 양재천 나무를 촬영한 사진을 모아 그의 첫 나무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푸른 나무 시리즈’는 평소 좋아하는 색이자 그가 공부했던 이탈리아에서 ‘귀족’을 의미하는 ‘푸른 피’의 푸른색 조명을 나무에 비춰 촬영했다.​ 양재 시민의 숲 입구에 들어서자 이흥렬 사진가가 나무마다 설명을 덧붙인다. “저 작은 단풍나무는 아직도 많이 크지 않았네요. 그래도 가을이 되면 마치 여왕처럼 이 주변 나무 중 가장 화려한 색을 뽐내요. 이 나무는 제가 양재천 지키기 운동을 했을 때 촬영했던 나무예요. 원래 한 쌍의 나무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는데, 하나를 베어버렸어요.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나무는 플라타너스인데 버즘이 핀 것 같다고 해 버즘나무라 불린다. 손으로 나무를 쓸어내리며 나무를 느껴보라는 말에 덩달아 나무 기둥에 손을 얹었다. ​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주로 인물과 패션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평생 재미있게 집중할 만한 대상을 고심하게 됐다. “제가 그동안 찍은 사진을 쭉 살펴보니 유독 나무 사진이 많더라고요. 시골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또 가치 있는 것을 찍고 싶다 생각하니 ‘생명’이 떠올랐고, 결국 해답은 자연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대표하는 나무를 찍어야겠다 다짐했어요.” ​ 그는 양재천 나무 사진전 이후 본격적으로 전국 각지는 물론 네팔, 이탈리아, 마다가스카르 등 해외를 오가며 오래된 나무, 특별한 나무를 찾아다녔다. 사진을 촬영하는 입장에서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를 담는다는 게 어렵지 않은 지 물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고, 오랜 세월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무를 촬영하는 것이 오히려 반갑기도 합니다. 나무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촬영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주변이 깜깜해지는 밤까지 나무 곁에 머물며 말도 걸고, 소풍 온 것처럼 와인도 마시면서 편안하게 관찰하다 보면 어렴풋이 나무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어요.” ​ 이흥렬 사진가의 작품은 대부분 밤에 촬영한 것들이다. 별이 콕콕 박힌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어린왕자가 찾아올 듯한 바오밥나무, 노란 배경 속 푸른빛을 받은 제주 팽나무 등 밤에 색조명을 쏘고 촬영한다. “나무가 없으면 인간이 살 수 없듯 지구의 주인공이기도 한 나무를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 이런 방식을 택했습니다. 촬영 전에는 동네를 둘러보고, 지역 주민에게 이야기도 들으며 나무가 자란 땅의 의미와 역사를 조사해요.” 제주 4·3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마을의 구심점이던 팽나무가 마을이 불탄 이후 지금은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을 담고, 통영의 보호수와 당산나무처럼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온 나무를 담아내는 식이다. 여태 촬영한 나무는 셀 수 없지만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그는 가장 최근에 촬영한 전남 신안의 ‘우실(방풍림의 전남 방언)’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숲이었는데요. 꽤나 넓어서 촬영하기 어려웠지만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면서 긴 시간 동안 사람과 함께 조화롭게 그 땅을 지켜온 나무라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1,500여 개의 섬을 돌며 보호수 또는 신성시되는 당산나무 등을 기록해온 그는 앞으로도 국내 지역과 섬은 물론 특히 남예멘에서만 자라는, 빨간 수액이 나와서 ‘용혈수’라는 이름이 붙은 특이한 나무를 촬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이흥렬 사진가는 단순한 피사체를 넘어 나무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나무들은 모두 서사를 품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곁의 나무에게도 역사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이지윤 기자 THE WISE CARD (May -June 2022)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진가 이흥렬 (THE WISE CARD)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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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21년 10월 25일
수행하듯 밤의 빛을 담는 '라이트 페인팅' / YTN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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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21년 4월 11일
In Interviews
신다솜 기자 승인 2021.04.04 03:49 인터뷰 | 이흥렬 사진작가 인터뷰 오늘(5일) 식목일을 기념하고자 나무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사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나무’는 환경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면서도 그 자체로 우직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갖춘 덕에 예술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대학신문』은 나무를 주인공으로 삼아 사진을 찍는 이흥렬 작가를 만나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나무를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 때 광고 사진을 전공했지만, 항상 예술 사진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하게 사진을찍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니 나무 사진이 굉장히 많았다. 좋은 나무를만나면 사진을 찍고, 떠나지 못하며 주변을 어슬렁거리곤 했다. 시골에서 자라며 나무 아래서 종일 논 적도있고, 나무에 대한 애정이 많아 나무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릴 때 할머니 그림이 걸려있던 마을 어귀의 서낭당 신목(神木)을 지나면서 마을 사람들이 갖다 놓은 음식을 먹거나 동전을 훔쳐 과자를 사 먹기도했다. 이후에 나무를 보면 그 할머니를 닮은 여성의 얼굴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유학 생활을 할 때 한 공원에서 그 신목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나무를 발견했다. 그로테스크한 멋이 있던 한학생을 소개받아 그분과 나무를 각각 찍은 후 합성 작업을 거쳐 ‘겨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나무를 보며 느꼈던 할머니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계속해서 나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Q.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무를 찍었는데, 본인만의 촬영 방식이 있는지? 서울에 있는 나무와 남해안에 있는 나무가 다른 것처럼,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나무도 많이 다르다. 예전에『어린 왕자』를 처음 읽으면서 삽화로 그려진 바오밥나무를 보고, 별을 덮어버릴 정도로 큰 나무가 있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곤 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 갔을 때 바오밥나무를 보며 같은 느낌을 받았고, 이를 사진에 담아내고자 했다. 내가 찍을 나무에 대한 사전 조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무를 볼 때 느껴지는 첫인상이다. 그 첫 느낌이 사진에 담기는 메시지를 결정하기에, 내가 사진을 통해서 말하려고 했던 이야기와 결과적으로전혀 다른 이야기가 작품에 담기기도 한다. 나는 주로 밤에 사진을 찍는다. 무대의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돋보이는 것처럼 나무에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이용해 조명을 비춘 후 사진을 찍는다. 나무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 나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이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리라는 생각에 최소 10년은 이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이야기를 사진에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Q. 〈한국의 섬 나무〉 시리즈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게 됐나. 신목을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촬영하는 나무 중에는 마을의 보호수가 많다. 대체로 오래된 나무들이다.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나무를 통해 화합하고 유대감을 다진다. 나무가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보호수에는 이처럼신성한 의미가 내포돼 있어 ‘신목’이라는 좋은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 〈한국의 섬 나무〉 시리즈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중 『신안』 편을 쓴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이 “섬에 있는 나무도 찍어보면 어떻겠냐”라며 책을 보내줘 시작하게 됐다. 5월 초에 〈제주신목〉과 <통영신목> 전시가 끝나면 신안에서 한두 달 기거하며 신안 신목을 찍을 계획이다. Q. 이번 전시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섬 나무를 찍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전시마다 작품으로 등장하는 나무가 다른 만큼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제주신목〉 전시를 준비하면서 찍은 제주도의 팽나무는 10년 전 처음 만난 이후 매년 두어 번씩 가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좋아했다. 제주도의 상징인 팽나무 중에 바닷바람이 세서 한쪽으로만 자라는 편향수(偏向樹)를 처음 봤는데, 나무가 제주도를 닮았다고 느꼈다. 제주도는 옛날 육지에 의해 수탈을 당한 땅이다. 제주 4·3 사건처럼 비극적인 일이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방문하기를 원하고, 예술가들도 많이 거주하는 마치 지상 낙원과같은 곳이 됐다. 그곳에 있던 편향수 역시 거센 바람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했지만 제주처럼, 그리고 제주 사람들처럼 강인하고 아름다웠다. 제주도 사람들은 팽나무를 ‘폭낭’이라고 부른다. 팽나무 열매를 ‘폭’이라고 하는데, 폭이 열리는 나무라고 해서 폭낭이라고 불리게 된 듯하다. 어느 날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 본 어떤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300명이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무는 이렇게 모든 역사를 목격하면서 사람들이 삶을 살아온 방식과 터전을 기록해왔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존에 많이 썼던 푸른색뿐 아니라 노란색도 작품에 사용해, 나무에 얽힌비극적인 역사와 희망을 동시에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 내가 하는 사진 작업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나무가 조화롭게 어울려서 숲을 이뤄가는 것처럼, 사람들도 다투고 서두르지 말고 느리지만 좀 더 식물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소망에서 출발해최근에는 ‘예술의 숲’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전에 운영해 온 예술인 협동조합을 예술의 숲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숲의 일부를 작게 개발해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함께 자연을 누릴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흥렬 작가는 “삶이 힘들 때마다 숲으로 향하거나 나무를 찍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라며 “나무가 그 자리에 수백 년을 홀로 서 있던 것처럼,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인간도 본래 혼자였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절망을 이겨낼 힘을 얻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한국의 섬 나무〉 시리즈 중 〈제주신목〉은 다음 달3일부터 15일까지 합정역 ‘리서울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5월의 따스한 봄날, 이흥렬 작가의 나무 사진을 보면서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삶을 지탱할 힘을 얻어가는 것은 어떨까. 인물 사진: 김가연 기자 *자세한 기사: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74
지구의 주인공 나무, 사진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_대학신문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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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20년 8월 05일
In Interviews
이흥렬(55) 작가는 나무 사진가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잡지 ‘객석’에서 사진기자로 1년, 스튜디오 상업사진가로 3년 일하고 스물아홉 살에 이탈리아로 사진 유학을 떠난 후부터는 줄곧 ‘나무’에 집중해 왔다. 원래 나무를 좋아했던 것도 이유지만 사실 그에게는 나무와 얽힌 특별한 계기들이 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려면 꼭 지나쳐야 했던 마을 어귀 서낭당 신목(神木)과의 인연이다. “서낭당 앞에는 늘 마을 사람들이 갖다 놓은 음식과 누군지 모르는 할머니 그림, 그리고 돈이 놓여 있었죠. 초등학교 1학년 때 그 돈을 훔쳐서 과자를 사 먹은 적이 있어요. 어린 마음에도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 서낭당을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였죠.” 비 오는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던 어린 이흥렬은 너무 무서워 서낭당 앞에서 발길이 얼어붙었고 한참 비를 맞은 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큰 고목을 보면 늙은 여인의 얼굴이 중첩됐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집 앞 공원에 있던 큰 고목이 어린 시절 서낭당 신목과 비슷해서 사진을 찍고, 지인이 소개해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늘 검은색이나 보라색 옷을 입고 같은 색의 화장을 하고 다니던)의 이탈리아 여인을 찍어서 나무 사진과 얼굴을 합성한 작품을 완성했죠. 그 이후부터는 다시 고목을 봐도 늙은 여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어린 시절의 무서운 기억에서 자유로워진 거예요.”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후, 신기하게도 나무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서울 강남 양재천 주변에 작업실을 구했는데, 어느 날 양재천 주변의 아름드리나무들에 숫자를 쓴 빨간 리본이 묶이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위해 도로를 내면서 나무 500여 그루가 잘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아름다운 나무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던 이 작가는 서초구청 도로교통과에 시뮬레이션을 요청했다. “이 나무들을 잘라내고 간선도로를 내면 도로 사정이 원활해지는지를 물었는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로 나왔어요.” 이후 이 작가는 직접 시민대표가 돼서 주민 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와 서초구,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진정서를 냈다. 결국 도로는 이 작가를 비롯한 시민들의 힘으로 양재시민의숲 터널 아래를 지나도록 계획이 변경됐다. 이 작가는 이때 양재천 주변 나무들을 촬영한 사진으로 2013년 5월 ‘푸른 나무’ 시리즈 전시를 열었다. 그가 나무만을 찍어서 열었던 첫 번째 전시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나무 사진가가 됐고 ‘꿈꾸는 나무’, ‘아트 나무’, ‘숲’ 시리즈의 전시를 개최했다. 전국을 돌며 다양한 나무를 찍던 이 작가는 네팔, 이탈리아, 마다가스카르까지 날아가 우리에게는 낯선 신비로운 나무들도 찍게 됐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게 이탈리아의 올리브나무와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나무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전시를 열었던 게 인연이 돼서 2018년 폴리아주 바리시에서 요청이 왔어요. 오래된 올리브나무를 찍고 전시까지 열어달라는 내용이었죠.” 이탈리아반도 뒤꿈치에 해당하는 폴리아주는 이탈리아 내 올리브오일 생산량의 80%를 담당하는 지역이다. 한국의 전라도만 한 크기의 땅이 온통 올리브나무로 뒤덮여 있다. “올리브나무는 부드러운 기름을 주지만 나무 자체는 돌 같아요. 수령이 몇백, 몇천 년이 된 올리브나무는 화석처럼 단단하죠. 그래도 여전히 올리브 열매를 맺죠. 딱딱한 몸을 비틀어서 고통을 쥐어짜듯 향기롭고 부드러운 오일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사실 이흥렬 작가의 나무 사진은 다른 나무 사진과는 다른 특별한 차별점이 있다. ‘숲’ 시리즈만 빼고 모두 밤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것도 나무 뒤에 조명을 설치해 오롯이 나무만을 빛나게 한다. “나무를 인간의 동반자이자 지구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무대 위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조명을 비춰서 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사진을 찍고 있죠.” 조명의 세기가 충분하진 않지만 조명기와 카메라 렌즈에 필터를 키우고, 노출 시간을 조절하면 나무를 둘러싼 주변 풍경을 원하는 대로 담을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별빛의 움직임이다. 때로는 보석이 박힌 것처럼 알알이 선명한 별을, 때로는 길게 꼬리를 그리며 움직이는 별을 나무 주변에 담아두는데, 지난해 11월 촬영한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나무 시리즈는 더 드라마틱하다. 『어린 왕자』의 작은 행성에 홀로 서 있는 그 바오바브나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부터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바오바브나무를 직접 가서 보니 동화를 넘어 신화적인 존재로 느껴지더군요. 제대로 자라면 30m 이상 자란다니까 지상의 어떤 나무와도 경쟁할 필요가 없죠. 신이 있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이 바오바브나무만 보이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귀국 후 전시 제목도 ‘신들이 사랑한 나무 바오밥’으로 정했죠.”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1박 2일,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다시 트럭을 타고 1박 2일. 그렇게 4일을 가야 볼 수 있는 바오바브나무와의 만남은 신비로운 충격으로 남았다. “마다가스카르는 60년 전까지 프랑스령이었어요. 이건 추측이지만 아마도 『어린 왕자』를 쓴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생전에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나무를 본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어린 왕자의 작은 행성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나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거죠.” 올해는 이 작가에게 또 다른 한 해가 될 것 같다. 해외 촬영을 기획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계획이 스톱되면서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친구로 알게 된 ‘섬 연구소장’ 강재윤 시인이 “외국 나무만 찍지 말고 한국의 섬 나무들도 찍어보시라”며 자신의 책 『신안』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전남 신안군에는 1000개가 넘는 섬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나무 사진을 찍을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고립된 지역에서 개발의 때를 타지 않은 섬 나무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끈끈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그가 나무를 찍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무가 팽나무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가면 마을마다 팽나무가 참 많아요. 흔히 ‘정자목’이라고들 하죠. 생김도 역동적이고 예쁘지만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과 오랜 세월 친숙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쌓아온 나무들이니까요.” 이흥렬 작가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예술의 숲’을 만드는 것이다. 브라질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목표가 된 꿈이다. 전쟁과 기아를 주제로 사진을 찍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고향 브라질의 물도 부족한 10만㎡(3만여 평)의 땅에 나무를 심고 울창하게 가꿔 국립공원으로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걸 보면서 꿈을 갖게 됐죠. 뜻이 맞는 예술가들과 함께 330만㎡(100만 평) 정도의 숲을 가꾸는 거예요. 그중 1%만 개발해서 건물을 짓고 100명 정도의 작가들이 상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대안예술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는 거죠. 작은 전시장과 공연장을 만들어서 일반인들이 찾아올 수도 있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같은 질문을 한다. 330만㎡의 땅을 살 돈이 어디 있냐고. 이 작가의 대답은 이렇다. “땅을 꼭 사서 소유를 해야만 하나요? 협회나 조합을 만들어 국유림을 빌려 숲을 가꾸고, 자연·사람·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면 되는 거죠. 앞으로 제가 더 노력해야겠지만, 꼭 10년 내에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 서정민 기자)
지구의 주인공, 나무를 찍다_
나무 사진가 이흥렬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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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20년 6월 23일
In Interviews
Eighty Seven Hyun_Imaging and Production 에서 진행한 나무 사진가 이흥렬(Yoll Lee) 인터뷰 '나무는 느린 인간이고, 인간은 빠른 나무이다_Trees are slow human beings, and humans are fast trees' 기획_Eighty Seven Hyun_Imaging and Production 번역_Vinnie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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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7월 29일
In Interviews
Baek, Jung Gi(백중기), Yoll Lee(이흥렬) Exhibition 'ART TREE _ 예술이 된 나무 이야기' ​ 2019 Jul 28 / 'YTN NEWS'
ART TREE_나무가 보여주는 예술, 들려주는 지혜 / YTN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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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The Korea Times, 2019 Mar 20th)
Trees, humans under big family called Earth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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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한국경제, 2019 Feb 13rd)
푸르게 빛나는 불멸의 나무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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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대한사진영상신문 2018 Nov 22nd)
이흥렬 작가, 이탈리아에서 사진전 'TREES GENERATIONS' 개최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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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TREES GENERATIONS mostra fotografica di Yoll Lee al Fortino Sant'Antonio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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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Da domani al 27 novembre la mostra fotografica "Trees Generations" di Yoll Lee al Fortino Sant'Antonio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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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LA GAZZETTA DEL MEZZOGIORNO 2018 Nov 16th)
Yoll Lee, i nostri ulivi sotto lo sguardo coreano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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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JoongAng Ilbo, 2017 Dec 2nd)
잊지 못할 비 오는 날 고목 아래 할머니 그림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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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BIG ISSUE, 2016 Dec)
나무가 되고 싶은 예술가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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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5월 01일
In Articles
(SAMSUNG & U, 2012 Dec)
예술인의 밤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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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4월 30일
In Articles
(흥미진, 2009 Jun)
모든 게 숫자로 구분된다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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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4월 30일
In Articles
Number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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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4월 30일
In Articles
(Gold & Wise, 2009 Apr)
삶 속에서 꽃을 피우다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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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4월 30일
In Articles
(사진예술, 2008 Dec)
흐르는 꽃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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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2019년 4월 30일
별나라 -꽃비의 세계로 이끄는 <흐르는 꽃> 사진전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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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l Lee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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